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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문화를 가꾸는 사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거짓말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유리하게 하거나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방어하는 등 거짓말을 해서 살아남는 셈이다
즉 거짓말은
효과적으로
살아남는 힘이 된다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10월 07일
ⓒ e-전라매일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우리의 통념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많은 거짓말 속에서 살아간다. 여기서 거짓말은 남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사기 같은 범죄는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우리는 정직을 높이 평가하지만 언제 어디서건 본심을 말하는 게 최상의 방책인 것은 아니다. 가령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만나자고 할 때 선약이 있다는 핑계를 대는 대신에 “나는 당신이 싫고 그래서 만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언제나 옳은 행동일까? 적당한 거짓말이 사회생활에서는 불가피할뿐더러 때로는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은 “살아오면서 난 한 번도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말 자체가 거짓이다. 그만큼 사람은 크건 작건, 의도했던 무의식적이건, 거짓말을 한다. 사람은 장소와 상황을 막론하고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만이 가진 특징이다.
사실을 말해보자. 내가 어렸을 때, 아마 7~8세로 기억된다. 당시 나는 몸이 아파 누워 있을 때였다. 그때 어머니는 민간요법으로 만든 한약을 달여서 내게 먹이려고 하자, 나는 약이 쓸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망치곤 했던 기억이 있다. 약을 먹지 않으려는 나의 의도를 알아차린 어머니는 내게 약을 먹이기 위해 “이 약은 전혀 쓰지 않고 오히려 꿀처럼 달다.”고 하며 나를 꼬드기었다. 이 말에 속은 나는 종지에 담긴 한약을 한 모금 벌컥 들이켰다. 그러나 웬걸, 약은 소태같이 썼다. 그 쓴 약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는 정말 참기 힘든 고욕이었다. 어머님은 쓰디 쓴 약을 꿀처럼 달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한국인의 거짓말 의식은 흔히 <토끼전> 혹은 <별주부전>으로 불리우는 설화에서부터 등장한다. <토끼전>은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러 뭍으로 가는 자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자라가 또 말하기를, 그대는 생각하여 나를 따라 용궁에 들어가면 선경(仙境)도 구경하고 천도(天桃)라도 얻어먹고 천일주를 장취(長醉)하며 미인을 희롱하여 평생을 환락할 것이오, 또한 부귀를 모두 갖출 것이니 재삼 생각하게나.”
별주부가 뭍에 나와 토끼를 만나 그를 설득하는 이야기의 내용은 모두 거짓이다. 별주부는 토끼의 환심을 사기위해 단순한 사실을 왜곡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환락과 부귀를 장담하고 있다. 이 정도면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서 사기(詐欺) 혹은 살해음모의 수준이다.
보통 거짓말에는 ‘상대의 행동을 조종하기 위한 의식적이고 책략적인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거짓말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유리하게 하거나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방어하는 등, 거짓말을 해서 살아남는 셈이다. 즉 거짓말은 효과적으로 살아남는 힘이 된다.
거짓말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해롭지 않은 하얀 거짓말도 있고 백해무익한 거짓말, 꼭 필요한 거짓말, 남을 해치는 거짓말, 무서운 거짓말이 있다. 알고 보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하는 반대의 말도 거짓말이고, 겸손이랍시고 자신을 낮추는 말도 거짓말이다. 지나친 아부와 칭찬의 말 역시 거짓말이다.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른 척 하는 것도 거짓말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일상에서 거짓말 문화를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순간 거짓을 꾸미면 보다 좋은 사회생활을 하고,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말은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므로, 정확한 정보뿐만 아니라 거짓 정보를 전하기도 한다.
거짓말쟁이일수록 거짓말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거짓말은 정말 나쁜 것일까? 이 세상 누구도 거짓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대단한 거짓말일 것이다.
사람들은 말(언어)을 통해서 정보를 교환하고 상대방을 속이거나 기만하며 설득하기도 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일부러 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따라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거짓말은 해서는 안 될 나쁜 말이라고 배우면서도 거짓말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무심코 내뱉은 자신의 거짓말이 되레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경우를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면서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록 선의의 거짓말일지라도….

/신영규
본지 독자권익위원
전북문단 편집국장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10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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