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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보물, 신기한 이야기 품은 석불들

기이하고 투박·단아한 ‘연동리 석조여래좌상’
소박한 돌부처를 닮은 ‘고도리 석조여래입상’

조경환 기자 / 입력 : 2019년 12월 02일
ⓒ e-전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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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상박(龍虎相搏)하는 익산의 대표적인 유적지로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꼽힌다.
두 유적지 근처에는 더욱 우열을 가리기 힘든 2기의 석불이 있으니, 바로 미륵사지에서 함열 방면으로 약 2.9km 떨어진 석불사 대웅전의 ‘연동리 석조여래좌상’과 왕궁리 유적 인근에 있는 ‘고도리 석조여래입상’이다.
각각 백제와 고려를 대표하는 두 곳의 석불은 흥미로운 역사와 신비한 이야기도 나란히 간직하고 있다.

기이하고 투박하고 단아한
연동리 석조여래좌상
익산시 삼기면 평범한 시골마을 사거리에 자리한 석불사. 과거 백제 미술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진귀한 불상이 모셔져 있는 이 절은 산세 좋은 계곡에 자리 잡은 것도 아니고, 인가에서 한참이나 외떨어진 것도 아니다.
때문에 절이 지어진 위치만으로도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든 불교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진귀한 불상이라 하여 들여다보면 기이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발견 당시 머리 부분이 손상되어 있었고, 그 후 마을사람들이 스님 얼굴 모양의 투박한 머리를 만들어 붙여 이처럼 안타까운 부조화가 만들어졌다.
연동리 석조여래좌상은 머리만 없어졌을 뿐 불신(佛身), 대좌(臺座), 광배(光背)를 갖춘 현존하는 백제 최대의 불상이다. 당당한 어깨, 균형 잡힌 몸매, 넓은 하체 등에서 서툰듯하면서도 탄력적이고 우아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왼손은 엄지와 가운데 손가락을 구부려 가슴에 대고 오른손은 중지와 약지를 구부려 다리에 올려놓은 특이한 손 모양을 하고 있다.
광배의 중앙에는 둥근 머리광배가 볼록 나와 있고 그 안에 16개의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대좌의 모습과 광배에 새겨진 무늬를 보아 장중하면서도 세련된 특징을 보여주는 600년경의 희귀한 백제시대 불상으로 그 의의가 높다.

석불이 땀을 흘린다?
석불사에 모셔진 석불좌상에 얽힌 이야기는 정유재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주를 손쉽게 삼킨 왜군은 완주를 거쳐 금마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안개가 너무 짙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되었고, 사방으로 흩어져 주변을 수색했다.
그 때 오직 석불만이 발견되었고, 석불의 목을 베었더니 순식간에 안개가 걷히고 왜군은 계속해서 진군하였다고 한다. 석불좌상을 유심히 살펴보면 목 부분에 시멘트로 보이는 것을 덧발라 보수한 흔적이 남아있다. 그 당시 마을을 수호하다 왜군에게 베인 상처의 흔적이리라.
이미 오래전 마을을 수호하고자 했던 전적이 있는 연동리 석조여래좌상에는 또 하나의 신기한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국가의 재난이나 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석불이 땀을 흘린다는 사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이를 목격한 사람도 여럿이며, 당시의 사진 또한 절 안에 게시되어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을 찾으려고 조사도 했지만 구체적 원인은 아직도 찾아내지 못했다. 석불이 처음 땀을 흘린 것은 과거 6.25전쟁 3일전이라 알려져 있다. 그 후 IMF 외환위기, 연평도 포격사건 등 나라가 큰 위기에 처했던 상황마다 석불은 어김없이 땀을 흘렸다고 하니 정말 신기하고 영험할 따름이다.

소박한 돌부처를 닮은
고도리 석조여래입상
익산 금마에서 왕궁리 오층석탑 쪽으로 가다보면 오른편으로 논이 펼쳐지는데, 그 논 가운데 남녀 한 쌍의 석불이 옥룡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서있다. 보물 제46호 고도리 석조여래입상이다.
사실 불상이라고는 하지만 사다리꼴 모양의 기둥 같은 몸체에 네모난 얼굴, 가는 눈, 짧은 코, 옅은 웃음기를 담은 작은 입 등이 마치 장승과 같은 인상을 풍긴다.
목은 무척 짧게 표현되어서 어깨와 얼굴이 거의 붙어 있는 셈이며, 머리에는 사각형의 높은 관(冠) 위에 다시 사각형의 갓을 쓰고 있다. 도포자락 같은 옷은 특별한 무늬 없이 몇 줄의 선으로 표현하였다. 고려시대에 이르면 신체표현이 지극히 절제된 거대한 석상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이 불상 역시 고려시대 말엽에 만들어 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 년에 한번만 만날 수 있다?
고도리 석조여래입상은 조선 철종 9년(1858)에 익산 군수로 부임해온 최종석이 쓰러져 방치되어 오던 것을 현재의 위치에 일으켜 세웠는데, 동쪽 석불 옆에 세워진「석불중건기」에 이렇게 적혀있다. “금마는 익산의 구읍자리로 동ㆍ서ㆍ북의 삼면이 다 산으로 가로막혀 있는데, 유독 남쪽만은 터져 있어 물이 다 흘러나가 허허하게 생겼기에 읍 수문의 허를 막기 위해 세웠다.”
이러한 연유로 세워진 두 석불은 서쪽이 남자, 동쪽이 여자이다. 큰소리로 부르면 들을 수야 있겠지만, 손을 잡을 수도 얼굴을 제대로 볼 수도 없다. 이처럼 가깝고도 먼 거리를 두고 서로 애틋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두 남녀는 오직 동지섣달 그믐날 밤에만 만날 수 있다. 옥룡천이 꽁꽁 얼어붙으면 그제야 만나서 그동안 못다 나눈 정을 나누다 새벽닭이 울면 다시 각자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애달픈 두 석불입상의 거리는 200m, 무왕릉과 왕비릉인 쌍릉의 거리와 같은 것은 그저 우연인 것일까.
 
조경환 기자 / 입력 : 2019년 1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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