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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직역하면 어린이가
자라서 어른이 된다
는 것이지만, 이 말의
본의는 어린이의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을 어른이 되어
서도 그대로 이어가
고 싶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1년 01월 24일
ⓒ e-전라매일
‘어린이’라는 말이 옛날에는 없었다. 그래서 1920년에 소파 방정환 선생이 ‘유년’과 ‘소년’을 모두 부르기 위해 ‘어린아이’라는 말 대신에 ‘어린이’라는 신조어를 쓰면서부터 ‘어린이’란 말이 탄생되었다.
거슬러 올라가 ‘훈민정음 서문’에서 ‘어리다’의 근원적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가운데 ‘어린 백성이 니르고져 할 배 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 펴지 몯할 노미 하니라. 내 이랄 위하야 어엿비 너겨 새로 스믈 여들 짜랄 맹가노니’란 구절이 나온다 여기에 나온 ‘어린’ 이 오늘날 ‘어린이’의 근원적 어원이 아닌가 한다.
여기에서의 ‘어린 백성’은 ‘나이가 어린 백성’ 이란 뜻이 아니다. ‘어리석은 백성’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15세가 우리 국어에서 쓰인 ‘어린’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이후 1519년 사재 김정국이 편찬한 『경민편警民編』과 1543년 서당에서 교재로 사용하던 『동몽선습언해』에서도 ‘어리다’란 말이 역시 ‘어리석다’란 의미로 쓰이고 있었다. 이 뜻이 변하여 오늘의 ‘어린이’처럼, ‘나이가 어린’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의 ‘어린이’란 전통적 의미는 어른들에 비해 나이가 어려 모든 게 미숙하고 분별력도 부족하여 우리가 가르치고 보호해야 할 대상, 곧 철부지란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1770~1850)는의 시 「무지개」에선 그것(어린이)의 의미가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어른)가 오히려 본받고 배워가야 할 영혼의 고향, 그리하여 잃어서도 안 되고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정신적 원형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뛴다/ 내 어렸을 때도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거늘/ 내 늙어 갈 때도 그러하기를, 그렇지 아닐 바엔 차라리 죽으리/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내 삶의 나날들이 자연에 대한 경건함으로 이어져 가기를’ 워즈워드는 이 시에서 그 유명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라는 명언을 남겼다. 직역하면 어린이가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지만, 이 말의 본의는 어린이의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을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 이어가고 싶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렇지 아닐 바엔 차라리 죽은 게 낫다’고 할 정도로 자연의 신비와 신성에 귀를 기울이며 평생을 경건한 감동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a child’가 아니라 ‘the child’란 구절이 그러한 워즈워드의 속내를 대변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 아이’는 그저 단순한 생물학적 차원의 아이가 아니다. ‘무지개를 보고 가슴이 뛰던 그 아이’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가슴 설레던 아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른들은 점차 꿈도 사라져 무엇을 보아도 그저 무덤덤해 감동이 없다. 그렇다면 그게 바로 죽음과 같은 삶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자연을 바라보고 받아들인다. 관습과 선입관 그리고 편견으로 굳어진 어른보다 어린이는 때묻지 않은 그대로 세상을 느끼고 생각하기에 그 마음이 단순하고 솔직하다. 그것이 바로 동심이고 공자가 말한 사무사(思無邪)의 세계다. 그러기에 어린이는 어른들이 배워가야 할 자연의 교과서요 진실과 순정의 화신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때 묻지 않은 순수 그 자체로서의 그 어린이가 지금 나의 아버지요 스승 되기를 워즈워드는 간절하게 기구(祈求)하고 있다.
파블로 피카소도,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들이 커서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게 하느냐.’그것이 문제라고 갈파하였다. 이처럼 워즈워드나 피카소 모두 그 동심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쓰며 그걸 그들의 시와 그림의 정신적 원형으로 삼아 창작에 임했다. 그래서 그들은 어린이를 내 영혼의 아버지, 내 예술의 근원지로 삼아 일생을 불태워 갔던 게 아난가 한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사)전라정신연구원장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1년 0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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