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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사태에 대비하는 리더십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3년 03월 22일
ⓒ e-전라매일
해마다 1-2월에는 국내외 여러 기관들이 한 해의 경제전망들을 내놓는다. 이런 전망들이 어느 정도 맞으려면 경제가 어떤 추세선에 따라 움직이면서 일정한 통계모델에 따른 변동성을 보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최근 몇년을 봐도 돌발적 사태들이 경제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2020년에는 감염병사태가 경제를 좌우했고,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올해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경제학에서는 변동성을 두가지로 구별한다. 하나는 어떤 확률모델로 설명할 수 있는 변동성이고, 다른하나는 돌발적 변동성이다. 금융변수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모델로 설명되는 변동성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의 분석은 돌발적 사태가 일어나면 무용지물이 된다. 1990년대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금융분야 석학들이 주도했던 투자회사 LTCM이 투기모델 실패로 망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돈 버는 데는 확률미적분을 잘하는 것보다 운이 좋아야 한다. 그래도 확률미적분 계산을 하는 사람들이 밥벌이를 하는 것은 모델의 가정이 충족되는 상황아래서는 예측이 맞아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측이 안 맞아도 크게 비난 받지는 않는다. 어차피 돌발사태는 점쟁이들 외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정책 결정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상적인 상황에 맞추어 정책을 세우지만 돌발사태가 생기면 기대했던 효험이 없어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또한 불가항력이라 크게 탓할 사람도 없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투자든 정책이든 통상적 변동성 관리만 잘하면 되고 그 이상은 걱정해봐야 소용없다.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다. 투자에서나 정책에서나 리더는 통상적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고 통계적 변동성을 벗어난 돌발사태에 강한 사람이다. 돌발사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임기응변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사전에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명장은 위기에 대비한 준비를 해놓기 때문에 싸움에서 이긴다.
한국경제에 그동안 일어났던 돌발적 사태들을 되짚어보면, 경제 안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도 있었고, 자연재해도 있었다. 1997년에 일어난 외환위기, 2008년에 터진 글로벌금융위기, 2019년에 발생한 감염병사태 등이다. 외교적 갈등으로 일어난 경제위기 상황도 있었다. 2016년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제재, 2019년 한일과거사 처리에 대한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금지 등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듯이, 이미 한번 경험한 사태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대비가 되어 있어 큰 재앙은 막을 수 있다. 문제는 대비가 부족한 재난들이다. 한국경제의 앞날에 기다리고 있는 돌발사태는 무엇일까.
가장 큰 잠재적 재난은 물론 전쟁 등 안보위기 사태다.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중국의 대만 침공사태다. 이는 시진핑 집권 중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의 대만 침공이 가정이 아니라 대비해야 되는 사태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이란은 미국과 서유럽을 주축으로 하는 서방세력에 대항하는 한 축을 형성해가고 있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이들은 모두 전제주의적 성향의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들이다. 이 세력싸움에서 인도가 중립이라면 아랍국가들은 전제주의세력에 더 가까운 쪽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선 서방세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매여 있는 동안에 대만을 삼키고자 하는 유혹을 쉽게 물리치지 못할 것이다. 서방세력으로서는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유럽국가들이 러시아의 확장을 막는 데 더 투자하고, 미국이 중국의 확장을 막는 데 더 투자하는 쪽으로 역할을 분담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대만침공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안보위기에 버금가는 재난은 테러 위험이다. 특히 국가가 지원하거나 국경을 넘어서 활동하는 테러그룹들의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이라는 국가가 추구하는 가치를 부정하고 한국내에 불안을 야기하고자 하는 국제적 세력과 연계된 어떤 그룹이 한국의 핵발전소를 폭파한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테러는 광적인 소수집단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공포를 야기할 수 있는 공격수단으로서,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 이를 막으려면 다양한 잠재적 테러세력의 움직임에 대해 실시간 정보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막을 수 없는 재난도 있다. 지진이나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가 그렇다. 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는 줄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유사한 재해를 빈번히 겪고 있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배우는 게 상책이다.
통상적 경제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돌발적 변동성에 대한 대비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위기대응 업무를 맡은 공직자들은 특정한 재난대응이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기 일쑤다. 위기대응은 지도자의 몫일수 밖에 없다.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3년 0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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