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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수 적어서 정치 못하나

정치권은 내년
총선만을 의식하여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특권 지키기에
골몰하는 양상이다.
그 대표적인 게
의원 숫자 늘이기다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11월 10일
ⓒ e-전라매일


중동전쟁이 불 붙었을 때 화제가 된 것이 압도적으로 인구수가 많은 중동제국이 한줌 밖에 안 되는 이스라엘에게 3일 만에 결딴이 난 일이었다.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결연한 의지만 있으면 상대국의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결코 뒤지지 않을 수 있음을 훌륭히 입증한 사건이다. 지금도 이 상태는 계속 중이다. 전쟁뿐만 아니라 세상살이가 모두 크고 많다고 잘되는 것이 아니며 작고 적더라도 마음먹기에 달려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일이 허다하다. 우리나라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기업 중에는 재벌기업들의 어마어마한 규모도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른바 강소기업(强少企業)의 밑받침이 한국의 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올려놓는 쾌거를 이룩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런데 요즘 매스컴의 집중보도를 받고 있는 화제는 단연 국회의원 증원이다. 현재의 정원 300명을 10% 증원하여 330명으로 하자는 안이다. 정의당이 제기한 이 문제를 바른당, 평화당 등 군소정당들이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 제일야당 한국당은 절대반대의 기치를 높이 올렸고 여당인 민주당은 엉거주춤하면서도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군소정당의 눈치를 살핀다.
이를 선거제개혁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개혁을 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을 없애고 새롭고 깨끗한 것으로 갈아치운다는 의미가 제고되었을 때에만 정당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지금 정치가 엉망으로 흘러가고 국민들이 질타하는 현실에서 국회의원 숫자가 적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진단이 내려져야 올바른 개혁이 될 터인데 과연 그런가. 국민들은 국회의 특권화를 경계하면서 오히려 너무 많다는 지적을 서슴지 않는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 숫자를 얼마로 정하느냐 하는 문제로 많은 논란을 거듭해왔다. 의회 제도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선진국들도 줄였다 늘였다 해왔지만 자국의 형편과 사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되었다. 오직 독재국가나 후진국들만이 정치세력의 자의에 따라 숫자를 고무줄처럼 늘이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면서 제 멋대로 정치를 농단한다. 우리니라도 예외가 아니다. 유신시절에는 3분의1의 국회의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후안무치도 있었다. 헌법 제41조는 ‘국회의원 정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수학자들은 200인 이상을 299명까지로 보는 견해가 다수였으나 세종시를 단일구 1석으로 늘려 300명으로 입법했을 때부터 위헌논란이 가중되었다.
이에 대하여 헌재는 “의원정수 결정은 헌법개정사항이 아니라 입법사항”으로 결론 내렸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숫자를 늘리더라도 위헌은 아니다. 문제는 국민의 여론과 정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80%는 증원을 반대하고 있으며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특히 조국사태를 겪으며 특권층의 부정부패에 대한 강열한 저항의식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소위 데스노트를 만지작거리며 조국에 대한 태도를 미루던 정의당이 막상 임명권자의 뜻에 달렸다고 슬그머니 거둬들이자 자체 당원들의 탈당러시가 벌어졌고 국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여론조사에서도 2%이상 하락했다. 그런 정의당이 의원 불리기에 앞장섰다는데 반감이 생긴 듯하다. 심상정과 나경원은 증원에 합의했었느냐 아니냐로 볼썽사나운 언쟁을 벌이고 있지만 여론은 증원논쟁에 매우 부정적이다. 동아일보는 ‘의원 30명이 늘어나면 세금 700억이 더 든다.’는 제하에 그 내역을 밝혔다. 가뜩이나 경제적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모든 기업들과 취업난에 희망을 잃고 있는 청년층은 ‘그들만의 리그’에 호의호식하는 국회의원 숫자 늘리기에 반대의 기치를 높인다.
국회는 고난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아픈 곳을 찾아내 처방을 내리는 곳이지 자신들의 권익만을 찾는 곳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조국사태를 놓고 보수와 진보 양진영의 치열한 공방전을 목격했다. 여기에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는 수많은 국민들의 함성이 무지몽매한 정권의 일방통행을 저지한 것이 엊그제다. 조국 일개인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가 기대고 있는 권력은 조국 하나를 지켜내기 위해서 엄청난 손해를 봤다. 부모를 가르고 형제를 분리시키며 친구와 동지 사이에도 균열을 일으킨 이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정치의 추잡성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결의를 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내년 총선만을 의식하여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특권 지키기에 골몰하는 양상이다. 그 대표적인 게 의원 숫자 늘이기다. 공정한 게임이 아님을 잘 알면서도 오직 자기들만의 이익을 챙기기에 심혈을 쏟는다. 입으로는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공언하면서도 뒷구멍으로는 온갖 술수를 다하여 자당 자신의 특권화만을 추구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국민의 힘으로 저지시켜야 한다. 정의를 내세우는 촛불과 태극기가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한 가닥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겠는가.

/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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